어머니의 십자가

2023. 6. 1. 11:10자작시(詩) 와 문학 Poetry and Literature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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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머니의 십자가

나는 행복했다.

나 어릴 때 보았지 예배당 찬 마루

십자가 앞에서 기도하시는 어머니

눈물이 범벅되시고 우시는 어머니

기도 마치고 나오시며

인자하신 손으로 내 손목 잡으시는

어머니의 얼굴 샤론의 꽃 되셨다.

어머니는 어릴 적 선교사들이 세운 교회에서 먼 거리 마다치 않으시고 개울 건너 언덕 넘어 교회에 다니시었고, 결혼 후에는 아버지의 박해 속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지키셨다. 어머니의 손에 이끌리어 산을 넘는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함께하였다. 이후 초등학교는 충북 청원 오송에 있는 강외초등학교 성당 옆 동네로 이사를 오고, 학교 옆 장로교회에 다니면서 교회는 어린 걸음으로 10분 내외였다.

어느 겨울날 그날도 어머니의 손이 이끌리어 저녁 기도하러 가시는 어머니와 함께 교회 예배당으로 들어섰다. 불 꺼지고 어둠이 스며드는 시간 어머니께서는 알 수 없는 목소리, 때로는 울부짖음의 기도를 옆에서 듣고는 하였다. 어린 나로서는 이해되지, 많은 기도와 들려오는 내 이름, 동생들의 이름이 들리고는 하였다.

지금에 와서 회상해보니 나를 위한 기도, 동생들을 위한 기도였음을 알 수 있었다. 평생 자식 사랑만 해주고 가신 어머니, 생각 속에 늘 함께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효도 한 번 제대로 해 드리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하며, 속죄해본다.

생전에 자주 부르시던 찬송 “나의 갈 길 다가도록”을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며 불러본다. 매일 기도와 더불어 읽으셨던 성경일 기장이 어머니의 흔적으로 남겨져 있다. 하늘의 꽃 “샤론의 꽃”으로 살다 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두서없이 적어 보았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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